오늘은 빈대 이야기 해볼게요. 옛 속담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난이 지긋하고 삶이 곤궁하던 옛날 빈대는 이, 벼룩 등과 함께 가난과 궁핍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현대의 창업자였던 고(고) 정주영 회장은 머리를 쓰지 않는 아랫사람을 야단칠 때 ‘빈대만도 못한 놈’이라고 야단쳤다는 일화도 전해집니다. 제 2차 세계대전에서 맹활약하면서 ‘사막의 여우’로 불리던 독일의 에르빈 롬멜 장군은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나의 가장 큰 적은 빈대였다’고 회고할 정도로 빈대는 퇴치하거나 박멸하기 까다로운 곤충임에 틀림 없습니다.
빈대(Cimex lextularius)는 사람과 동물이 자는 동안 피를 빨아먹는 작고 납작한 기생 곤충을 말합니다. 길이는 6~9mm 정도인데 자기 몸의 몇배나 되는 혈액을 흡혈할 수 있습니다. 지능이 떨어져서 피가 잘 나오는 곳을 찾을 때까지 이동하며 한번에 수십 방씩 물어뜯곤 합니다. 색깔은 적갈색이고 피를 먹지 않고도 몇 달을 살 수 있다고 해요. 우리 나라에서도 근대화 운동을 하던 1960~70년대부터 맹독성 DDT 살충제 도입으로 사라졌다가 해외 교류가 늘면서 10여년 전부터 다시 출몰했다는 보고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 빈대가 화려하게(?) 귀환했습니다.
빈대 퇴치 어려운 이유
1938년 6월 26일 자 조선일보에는 “빈대는 한두 번 씨름으론 못 물리친다. 무엇보다도 끈기있게 빈대와 아주 사생결단할 것처럼 눌어붙어서 없애야 한다. 한 3년 작정하고 부지런하고 끈기 있게 잡으면 필경엔 없어지고 말 것이다.”라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을 정도로 빈대 퇴치는 힘겨운 전쟁과도 같습니다. 오죽하면 실제로 1921~1941년 사이에 빈대를 잡으려다 집을 태운 화재 사건만 21건에 달했다는 보도가 남아있을 정도랍니다.
왜 빈대 퇴치가 어려울까요? 우선 빈대는 매우 작고 납작해서 좁고 깊숙한 틈새로 잘 숨어들기 때문에 살충제를 뿌려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기존의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대해 빈대는 이미 2만 배에 달하는 강한 내성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빈대는 놀라운 번식력을 자랑합니다. 암컷은 한번에 2~5알씩 2~3일 간격으로 알을 낳고 10일 정도면 알에서 유충이 부화하는 등 질긴 생존력과 놀라운 번식력 때문에 퇴치는 곤란해지는 것입니다.
빈대에 물렸다면?
빈대에 물리면 물린 주변이 부풀어 오르고 며칠 간 심한 가려움증을 겪을 수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알레르기로 인한 물집이나 두드러기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노원 을지대병원 피부과 최재은 교수는 “빈대는 피부에 달라붙어 많은 양을 흡혈하기 때문에 심한 경우 빈혈과 고열을 유발할 수 있고 극심한 가려움으로 과하게 긁으면 염증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가렵다고 환부 주변을 긁다가 손톱에 든 균으로 감염이 발생할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합니다. 가려움증 완화를 위해서 긁거나 침을 바르는 대신 깨끗한 물과 비누로 환부 부위를 닦는 것이 좋습니다. 2차 감염 방지를 위해 절대 긁어서는 안됩니다. 빈대에 물렸을 때는 병원을 찾아서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거나 경구 항히스타민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등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최상의 대처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빈대를 막으려면?
빈대 예방을 위해서는 빈대가 주로 확산하는 찜질방과 사우나, 모텔 등 다중이용시설 사용을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 역시 추운 겨울이면 찜찔방 생각이 간절합니다만 빈대 예방을 위해서 당분간은 자제하려 합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여행이나 출장을 가서 숙박업소를 방문했다면 즉시 빈대가 숨은 공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침대나 매트리스, 소파 틈을 확인합니다. 빈대는 야행성 곤충이기 때문에 전등을 모두 꺼둔 이후 손전등으로 예상 공간을 비추어본다면 빈대를 확인할 수도 있답니다.
이처럼 빈대가 보이지 않는 경우라도 방 바닥 또는 침대 근처에 짐을 보관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여행 중 빈대 경험이 있다면 여행용품에 대한 철저한 소독이 필수적입니다. 아울러 일반 가정에서는 이불과 침대보, 옷 등에 빈대가 서식하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대청소와 환기를 일상화하고,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빈대가 발견된 직물 종류는 70도 이상의 뜨거운 물로 세탁 후 건조기 등을 이용해서 2시간 이상 고온 열풍을 쬐어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